난 술 그만하겠어박남표가 손을 저으며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얼굴이 창
난 술 그만하겠어박남표가 손을 저으며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오늘은 술이 받지 않네 약해진 모양이야야 임마 머리를 굴리니까 그래 술을 마실 때는 머리 굴리면 안돼술잔을 든 김영남이 그를 쏘아보았다 둘이서 위스키 큰 것을 세 병째 마시고 있는참이다 옆에 앉은 아가씨들이 석 잔에 한 잔꼴로 잔을 받기는 했지만 둘이서상당히 마신 셈이었다자 술 따라라 할 수 없지 나 혼자라도 마셔야겠다 단숨에 잔을 비운 김영남이 잔을 내밀자 옆의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술을 따랐다야 너 내년에 이사 진급하는 거냐 어때 진급전선에 이상은 없지 화끈거리는 얼굴을 테이블 위로 들이대며 김영남이 묻자 박남표가 입맛을 다셨다씨발놈 너 때문에 죽을 쑤고 있는데 진급 타령이냐 개자식박남표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 있다임마 나는 지금 유현구한테 찍혀 있단 말이다 너하고 한통속이라는 거야 널추천한 것이 나였으니까 빼도 박도 못 해손을 뻗어 술잔을 쥔 박남표가 사양한 것도 잊은 듯이 한모금 술을 삼켰다그래 원사 잘 먹고 설사나 해라 1년 365일 끊기지 않고 질질흐흐흐김영남이 턱을 들고 웃자 아가씨들도 따라 웃었다 술이나 한잔하자는 김영남의제의에 박남표는 두말 않고 따라 나섰는데 술병이 여럿 비도록 신통한 이야기가나오지 않자 짜증이 난 것이다그래도 네 신세가 나보다는 낫다 박남표물에 젖은 손수건을 펴 얼굴에 덮으면서 김영남이 말했다난 잘못하면 하루 아침에 거리로 쫓겨날 신세야 이젠 빈 손 빈 주먹이란 말이다자업자득이지 이 자식아 너 그렇게 처신하면 안 돼 네 뒤를 봐주는 사람도없는데수건을 테이블 위로 집어던진 김영남이 박남표를 바라보았다누가 나를 봐준다구그게 나일 수도 있었어 임마박남표의 기세도 사나왔다 둘의 시선이 한동안 테이블 위에서 맞닿아 있다가떨어졌다그 원사 때문에 몇 놈이 신세를 조지게 되었단 말이다 유 전무가 부사장한테보고를 했어우리도 줄줄이 문책을 당하겠지만 네놈도 무사하지는 못해내가 왜 이 자식아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그런단 말이냐박남표가 선뜻 턱을 들고는 한동안 김영남을 바라보았다 술취한 사람같지 않은차가운 시선이었다하긴 지금 시점에서는 어쩔 수가 없겠지 오리발 내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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