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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묻자 김돌이는 꿇어앉은 채로 어깨를 폈다 오합지졸이올시다 병장기는 낡고 녹이 슬었으며 말은 늙어서 제대로뛰는 말이 드물었습니다 이곳 6진의 군사가 제일 강병이었다 힐끗 앞쪽의 산맥에 시선을 준 이반이 쓴웃음을 지었다 20년 가깝게 수양이 버려놓아 군사는 물론이고 땅까지 피폐해졌다 그 때 뒤쪽의 중군 진영에서 북소리가 빠르게 울렸다 군량을 실은 치중대까지 준비를 마치고 진군하려는 것이다 머리를 돌린 이반은 병선들이 바다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배가 모두 빈 배로 돌아가는 것을 알면 조선 조정은 다시 발칵 뒤집히겠구나 이반이 말고삐를 채면서 말했다 수양은 과연 어떻게 나설 것인가 바로 그 시각에 한양성의 궁 안에서는 세조가 한명회와 신숙주 두 대신을 불러들인 참이었는데 모두 얼굴이 어두웠다 더욱이 한명회와 신숙주는재작년 이시애의 난에 무고하게 연루되어 옥에 갇혀 심문까지 당하다가 풀려 난 처지였다 세조가 먼저 어색한 침묵을 깨었다 함길도에 왜적의 대 선단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오 병선이 무려 200여척이라니 대란이 일어날 것 같소 한양성에는 아직 두번째의 파발까지만 도착한 것이다 세조는 근래에 병을 자주 앓아 안색이 창백했지만 아직 눈빛은 강했다 재위 13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겪은 두 중신을 바라보며 세조가 말을이었다 조선 땅에 전란이 없었던 차에 왜적의 대군이 침략해 오다니 이를 어이할꼬 전하 왜선이 북방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의심스럽소이다 먼저 한명회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선 땅을 침범하려면 합포나 전라도 땅에 상륙하는 것이 보급에도 적당할 터인데 함길도로 향했지 않소이까 명이 구원 군을 보낼 처지가 아닌지라 보급선이 끊길 염려는 없소이다 신숙주가 부드럽게 반박했다 그는 세조와 동갑으로 올해 52세였으나 한명회는 그보다 두 살 연상이다 먼저 함길도의 방어 군을 치면 한양까지 수월하게 남하할 수가 있소이다왜적이 조선 군의 방어선을 꿰뚫어 보고있는 것 같소이다 그러자 세조가 머리를 끄덕였다 조선과 명과의 유대는 각별해서 북방의 방어는 여진을 막는 함길도 방어군뿐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남쪽은 왜구의 잦은 침범에 대비하여 방어선이 겹겹하게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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