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허리를 숙이고 선수에 서서 한제호가
천천히 천천히허리를 숙이고 선수에 서서 한제호가 말했다 그의 말은 뒤쪽에 서 있는 배영찬과 세 통해 선미에서 타륜을 잡고 있는 안대훈에게 전달되었다 사방은 이제 짙은 어둠에 덮여 있었다 근처에 떠 있는 갖가지 형체와 크기가 다른 배들을 피해 그들이 탄 어선은 천천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항구 안쪽을 산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북한 화물선 영웅호였다영웅호는 배 전체를 휘황한 등불로 밝혀 놓았는데 그것은 수키도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팬텀기들이 F14 편대의 미사일을 맞아 항구 상공에서 폭발하는 것을 반군 전체가 보았던 것이다이제까지 그들은 정부군의 헬기라도 나타나면 밀림 속에 머리를 박고 엎드려 있었기만 했다 이제는 최신형 무기에 막강한 제6함대의 해공 양면의 지원이 있는 것이다 어선의 엔진은 금방 꺼질듯이 헉헉대다가 다시 재채기를 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살아났는데 꾸준하게 달려 나가기는 했다 하마터면 옆을 지나는 어선과 부딪칠 뻔하면서 그들의 배는 안쪽으로 항진해 나아갔다대장님 시간은 삼분입니다 육지에 있을 때와는 다르니까 조심을유종수가 다이너마이트에 꽂아 놓은 시간장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앞부분에 있는 폭약과는 모두 연결시켜 놓았으니 스위치만 누르면 삼분 후에 꽝하는 겁니다어둠 속에서 유종수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대장님 전 수영을 못합니다이봐 아까는 왜어촌을 출발하기 전에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물어 보았었다 배를 화물선에 붙인 후에 바다로 뛰어들어 죽자사자 수영을 해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삼분 동안 얼마나 멀리까지 떨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시간장치를 길게 할 수도 없다선수에 뻔히 보이게 설치된 폭약이었고 화물선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놈들에게 발각될 테니 놈들이 뛰어내려와 시간장치를 빼버릴수도 있었다널빤지나 들고 뛰어내릴 겁니다그러는 유종수의 목소리는 밝았다 배는 풍랑에 가볍게 흔들리며 영웅호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마이크로 뭐라고 떠들면서 감시선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20인승쯤 되어 보이는 항내 연락선이었는데 속도가 꽤 빨랐다 기관실 위에 서너 명의 사내가 총을 들고 모여앉아 있었고 아래쪽에도 78명이 더 있다이봐 저쪽으로 가 배 가깝게는 가지 말란 말이다이보족의 언어로 자음 투성이의 딱딱한 고함소리가 들려 왔다물론 이쪽은 알아듣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