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을 받은 이징옥이 한모금에 삼키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넌 어느 부
술잔을 받은 이징옥이 한모금에 삼키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넌 어느 부족이냐바시르족입니다이징옥이 퍼뜩 눈을 치켜떴다가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바시르족은 고율차의 부족인 것이다 따라서 이 여인을 고율차가 보낸 것이나 같다네 이름이 무엇이냐자이사라고 합니다족장 고율차하고는 어떻게 되느냐제 숙부님이 됩니다핫하하술잔을 내려놓은 이징옥이 소리내어 웃었지만 여인은 머리를 숙였다 여인은 죽은 처 나탄의 사촌이었던 것이다 웃음을 그친 이징옥이 번들거리는눈으로 자이사를 보았다네 언니 나탄을 잘 알렸다네 폐하머리를 든 자이사가 정색했다소녀는 폐하를 모시겠다고 자원해 나왔습니다 억지로 보내진 것이 아니옵니다촛불이 다시 일렁거리면서 자이사의 얼굴에 그림자가 덮여졌다가 밝아졌다 이징옥이 다시 술잔을 들었다네 언니 나탄의 자식이 진중에 있다 그놈이 보고싶지 않느냐내일 찾아가 보겠습니다자이사가 맑은 눈으로 이징옥을 보았다하지만 오늘밤은 이곳에 있겠습니다난 여색을 멀리한지 오래되었다알고 있습니다당차게 말한 자이사가 이징옥의 빈잔에 다시 술을 채웠다저는 폐하의 자식을 갖고 싶을 뿐입니다앗하하이징옥이 턱을 올리고 소리내어 웃었다내 씨를 받겠다는 것이냐그래서 여진족 용사로 키울 것입니다조선말의 씨를 받아 여진말을 번식시키겠다는 것이로군눈을 가늘게 뜬 이징옥이 정색했다 본래 조선말은 체구가 작았지만 지구력이 강했고 여진말은 체구가 커서 잘 달리는 대신으로 지구력은 떨어졌던것이다그래서 조선 기마군은 전투용으로 여진말과의 잡종을 개량해 내었다 개량된 조선 기마군의 말은 몽골말보다 잘 달리면서도 지구력도 더 강했다 가히 천하무쌍이다 밤이 깊어서 진막 밖에서는 순시 기마대의 말굽 소리만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이징옥이 술잔을 내려놓았을 때 자이사가 일어나 옆으로 다가앉았다 등불에 비친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밤이 깊었습니다 폐하나는 이미 여진족의 피를 받은 자식이 있다이징옥이 정색하고 말했지만 붙어앉은 자이사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가 표정없는 시선으로 자이사를 보았다내 자식 반이를 외조부에게 맡겨 키울 작정이다 네가 잘 보살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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