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니 흘끗 전광시계에 시선을 주고나서 다시
더니 흘끗 전광시계에 시선을 주고나서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서울은 이제 열두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갑중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물론 부탁 내용을 듣고 나서는 이맛살을 찌푸리겠지만 그것도 흔한 일이었다다음날 오전 11시 정각에 방안의 전화벨이 울렸다 1분도 틀리지 않는 것을 보면 최갑중이다 물론 일이 그 전에 끝나서 한 30분동안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또는 아직 일을 하다가 전화를 했는지도 모르지만 약속은 틀림없었다 이것이 갑중의 본색이다 전화기를 들었을 때 예상했던대로 갑중의 목소리가 울렸다조사했습니다말해정민아 32세 서울 신촌고등학교와 신촌여대 물리학과 졸업 성적은 중위권이었는데 세계사 과목에 F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A였는데다음조철봉이 짧게 말하자 갑중의 보고는 건너 뛰었다부모는 모두 돌아가시고 하나뿐인 여동생이 결혼하고 청주에서 삽니다 부친이 공장을 경영하다가 정민아가 고2때 부도를 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정민아는 알바를 하면서 대학을 마쳤습니다 그때까지는 깨끗했지요 친했던 남자가 두 명 있었지만 깊은 관계는 아니었습니다그래서대학을 졸업하고 세군데 회사를 옮기며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지만 무면허 운전사라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아주 더러운 놈을 만난 것이지요 그놈 이름은다음박대길이를 만난 것은 정민아가 룸살롱 화영에 나간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는데 한달쯤 후에 그곳을 그만두고 박대길의 세컨드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3년전이죠그래서화곡동의 28평 아파트에서 살림을 차렸는데 룸살롱 국진을 경영하게 된 것은 박대길의 권유에 의한 것입니다 박대길의 친구한테서 들었습니다그래서정민아는 사업 수단이 좋았습니다 그 장사를 처음 했는데도 관리가 뛰어났고 처세를 잘해서 고급 손님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3년동안 돈도 꽤 벌어서 영등포에 상가 4채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거침없이 쏟아내던 갑중이 말이 이 부분에서 멈추더니 목소리가 은근해졌다정민아한테 남자가 있었습니다뭣이조철봉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고동수는 그 말...